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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selling Stories/OCD

강박 1: 장애의 실체-진단

by Sangdam 2020. 6. 9.

정말 깔끔해 보이는 여학생이 엄마와 함께 상담센터를 방문했다. 약간 수척해 핏기 없는 얼굴이지만 그래도 정갈한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런데 마음 안에 어두움을 갖고 있었으니….

 

학교 앞에서 홀로 자취를 하며 지내고 있던 여학생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얼마전부터 밖으로의 출입도 삼가고 안을 갈고 닦고 조이고 점검하고 닦고…. 자신의 몸도 닦고 닦고병균에 전염될 있다는 생각에 조심하고 조심하고 쓸고 닦기를 반복하며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지방에서 딸을 보기 위해 올라오신 어머님이 이런 딸의 모습을 보다 못해 상담센터로 데리고 케이스다.

 

여학생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바로 강박이다.

 

강박장애는 강박 사고와 더불어 강박 행동이 함께 나타나야 진단되어 질 수 있다.

 

강박사고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사고나 충동 또는 심상이, 침투적으로 본인이 원하지 않은 방식으로 경험되어져 불안이나 괴로움을 유발하거나, 아무리 이를 무시하려 시도하거나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통해 통제하려 해도 불가능한 것을 일컫는다. 강박적인 사고에는 다양한 종류들이 존재한다. 오염에 대한 것, 성적인 것, 혹은 종교적인 사고와 연결되어진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청결에 대한 문제나 사회종교적으로 부정적이거나 허용되지 않는 비윤리적인 것들에 대한 사고가 침투적으로 반복적으로 통제되지 못하고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강박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의심과 죄책감이라고 할 수 있다.

 

강박행동은 강박사고에 대한 반응으로서 불안감이나 괴로움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키고, 또는 두려운 사건이나 상황의 발생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손 씻기, 정리정돈, 혹은 확인하기와 같은 반복적인 행동 또한 기도하기, 숫자세기, 속으로 단어 반복하기 등과 같은 심리내적인 행위를 과도하게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혹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이상한 비윤리적인 생각을 억제하기 위해 계속적으로, 반복적으로 종교적인 기도행위를 하고 있다면 강박장애를 의심해 보아야할 것이다. 특별히 이러한 강박사고나 강박행동이 시간을 소모하게 만들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초래하는 경우에 강박장애로 진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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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이 강박의 문제로 상담센터를 방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갑을 끼고 방문하기도 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오기도 한다. 그만큼 그들에게 청결이나 오염에 대한 근심과 걱정 그리고 결벽에 대한 생각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안함과 두려운 생각으로 인해 한 시간을 넘어 닦은 곳을 또 닦고, 확인 한 곳을 계속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전형적인 강박장애의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종종 저장강박이 이슈가 되기도 한다. 아파트 안에 수 없이 많은 물건들을 쌓아 놓고 버리지 않는 것,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항상 두 손 가득 이상한 쓰레기 같은 물건들을 가져다 쌓아 놓는 것, 자신이 사용하거나 필요하지 않는데 물건들을 이렇게 대책없이 쌓아 두는 것도 강박증의 하나라 볼 수 있다.

 

이런 강박장애는 20세 이전에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며 8-12세 사이 그리고 18-25세 사이에 많이 나타난다. 성장기에 있어 남자아이들이 더 많이 이 장애로 고생을 하고 여자 아이들의 경우 남자아이들 보다 늦은 나이에 강박장애가 나타난다. 그러나 성인 남성과 여성 사이의 차이는 없다. 체험상 강박장애는 불안장애와 우울을 동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스트레스 상황에 의해 그 증상이 극대화되는 것을 보게 된다.

 

강박은 쉽게 치료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당뇨병이나 천식과 같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약을 먹어 호전되는 것 같지만 재발율이 70프로에 이를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따라서 치료에 시간이 경과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지속적인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강박장애 치료에 있어 뇌에서의 세로토닌 조절을 위한 약물치료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인지행동치료를 포함한 심리상담이 이루어져야 진정한 치료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강박장애는 누가 도움을 주어 치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즉, 다른 사람에 의존해 치료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자신을 위한 치료자가 되어야 진정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상담을 통해 이러한 과정을 인식하고 연습해 나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마음 속으로 비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혹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떠오를 때, 또한 건강과 관련된 병균이나 오염 혹은 세균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이 떠오를 때, 혹은 자신이 완수하지 못한 무엇인가에 대한 걱정과 근심이 지속적으로 마음을 괴롭힐 때, 우리는 이런 생각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생각이나 일에 집중하려 노력하고, 이런 노력이 심해져 강박적인 행동을 하고 나아가 이런 생각을 억압하는 주술적인 행위를 하게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것들은 우리에게 그리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억제하려 시도하면 시도할수록 더욱더 그 생각이 우리를 괴롭힌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그 생각들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나의 내담자에게 자주하는 이야기다.

 

<그 생각을 덜하고 싶다면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십시오. 강박사고와 그의 두려움에서 도망할 수도 없으며 피할 수도 없습니다. 강박적인 생각과 두려움은 마음 안에서 일어납니다. 그것을 극복하고 싶다면 도망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십시오. 생각과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직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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